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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 비에 관한 시 모음

일상

by 엘리스e 2024. 10. 18. 13:3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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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센치해짐을 느껴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두고 모처럼 눈을 감고 시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.

 

 

가을비 / 박형준

창문을 여니

비에 떨어져 나가는

잎새 사이로 반짝인다

빈 길을 걸어

돌아오는 이의

작은 기침

오래 집을 나간 사람

돌아보게 만드는 가을비

- 박형준,『불탄 집』(천년의시작, 2013)

가을비 / 도종환

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

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

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

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

잎들이 지고 있습니다

어제 우리 사랑하고

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

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

바람만이 불겠지요

바람이 부는 동안

또 많은 사람들이

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

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

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

피었던 꽃들이 오늘 이울고 있습니다.

- 도종환,『내가 사랑하는 당신은』(실천문학사, 1988)

가을비 / 신경림

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

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

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

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

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

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

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

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

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

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

- 신경림,『쓰러진 자의 꿈』(창작과비평사, 1993)

가을비 / 최영미

내 불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

사나운 서른여섯 해를 잠재웠던 입맞춤

그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

속삭이네, 아우성치네

환멸의 수의를 입고 내려와

주룩주룩, 밤의 창문에 엉겨붙네

사납게 휘몰아쳐 내 목을 조이는

그 빗소리, 나 못 듣겠네

미친 사랑노래가 벼락을 맞고 비틀거리네

가! 가! 저 환장할 가을비

내 불면 속으로 쳐들어오는 이여.

- 최영미,『꿈의 페달을 밟고』(창작과비평사, 1998)

가을비 / 이정록

단 한 번의

빗나감도 없이

오직 정타뿐이어서

벌레 한 마리

다치지 않는

저 참깨 터는 소리

불길 헤집던 부지깽이가

나이테도 없는 빈 대공을

어루는 소리

골다공증의 뼈마디와

곳간 열어젖힌 꼬투리가

긴 숨 내쉬는 소리

비운 것들의

복주머니 속으로만

저 초가을 빗소리

​- 이정록, 『의자』(문학과지성사, 2006)

 

가을비 / 박형준

창문을 여니

비에 떨어져 나가는

잎새 사이로 반짝인다

빈 길을 걸어

돌아오는 이의

작은 기침

오래 집을 나간 사람

돌아보게 만드는 가을비

- 박형준,『불탄 집』(천년의시작, 2013)

가을비 / 도종환

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

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

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

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

잎들이 지고 있습니다

어제 우리 사랑하고

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

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

바람만이 불겠지요

바람이 부는 동안

또 많은 사람들이

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

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

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

피었던 꽃들이 오늘 이울고 있습니다.

- 도종환,『내가 사랑하는 당신은』(실천문학사, 1988)

가을비 / 신경림

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

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

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

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

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

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

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

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

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

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

- 신경림,『쓰러진 자의 꿈』(창작과비평사, 1993)

가을비 / 최영미

내 불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

사나운 서른여섯 해를 잠재웠던 입맞춤

그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

속삭이네, 아우성치네

환멸의 수의를 입고 내려와

주룩주룩, 밤의 창문에 엉겨붙네

사납게 휘몰아쳐 내 목을 조이는

그 빗소리, 나 못 듣겠네

미친 사랑노래가 벼락을 맞고 비틀거리네

가! 가! 저 환장할 가을비

내 불면 속으로 쳐들어오는 이여.

- 최영미,『꿈의 페달을 밟고』(창작과비평사, 1998)

가을비 / 이정록

단 한 번의

빗나감도 없이

오직 정타뿐이어서

벌레 한 마리

다치지 않는

저 참깨 터는 소리

불길 헤집던 부지깽이가

나이테도 없는 빈 대공을

어루는 소리

골다공증의 뼈마디와

곳간 열어젖힌 꼬투리가

긴 숨 내쉬는 소리

비운 것들의

복주머니 속으로만

저 초가을 빗소리

​- 이정록, 『의자』(문학과지성사, 2006)

와유(臥遊) / 안현미

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

'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'

허면,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​

- 안현미,『이별의 재구성』(창비, 2009)

가을비 낙숫물 / 문태준

흥천사 서선실(西禪室) 층계에

앉아 듣는

가을비 낙숫물 소리

밥 짓는 공양주 보살이

허드렛물로 쓰려고

처마 아래 놓아둔

찌그러진

양동이 하나

숨어 사는 단조로운 쓸쓸한

이 소리가 좋아

텅 빈 양동이처럼 앉아 있으니

컴컴해질 때까지 앉아 있으니

흉곽에 낙숫물이 가득 고여

이제는 나도

허드렛물로 쓰일

한 양동이 가을비 낙숫물

- 문태준,『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』(문학동네, 2018)

와유(臥遊) / 안현미

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

'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'

허면,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​

- 안현미,『이별의 재구성』(창비, 2009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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